시청각장애인의 삶
Life of Deaf-Blind
어둠과 적막 속에서 세상을 향해 외칩니다
미국에서는 1967년 일명 헬렌켈러법이라 불리는 시청각장애인 지원법이 만들어졌고, 이 법에 근거하여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으로 국립헬렌켈러 센터, 국립시청각장애인 센터 등이 설치되어 현재까지 미국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991년 전국맹농인협회가 설립된 이래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점차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2013년에는 대표적인 장애인 관련 법인 장애인종합지원법에 맹농인(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다룬 조항이 포함되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청각장애인이라는 용어가 법률상에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의 오랜 염원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큽니다.
그러나 법이 일부 개정되었다고 해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맞춤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법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하나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일부 조항에서만 특별히 언급한 것이기에 그러한 기대를 갖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여러 민간 기관에서 시청각장애인 지원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청각장애인 지원 전문가가 부족하여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법과 제도, 서비스를 만드는 그 시간에도,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이 어둠과 적막 속에서 한 줄기 빛과 희망의 소리, 세상과의 연결 통로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당국으로부터 교육 지원을 받지 못해 적절한 교육 시기를 놓칠까봐 걱정하는 시청각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 외부의 지원은커녕 가족과도 소통이 되지 않아 몇 년 내지 몇십 년을 집안에 방치되어 있는 시청각장애인도 있습니다. 같은 장애 당사자로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런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집니다.
눈앞이 어둡고 귓전이 적막한 시청각장애인이지만, 그들의 삶만큼은 외롭지 않고 밝기를 원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인간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